자녀와 함께 '문학그림'을 만나보시죠 (울산신문 20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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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170회 작성일 15-04-16 11:06본문
자녀와 함께 '문학그림'을 만나보시죠
2011년 10월 16일 (일) 20:18:26
'동화(童話) 속을 거닐게 했다. 가까이 살살 간지럼을 먹이며 따사롭고 화사하고 꿈꾸게 하는 듯한 새 봄날의 햇살이 살금살금 내비치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결에 새 잎을 여는 초목이 한가득이다. 외줄기 들판길을 끝없이 걷게 한다. 가슴에 절로 훈풍이 스며든다. 온몸에 전율이 파도쳤다.' 화가들이 동시(童詩)를 해석한 뒤,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그림을 만들었다. '문학그림'이라는 들판이 펼쳐졌다.
울산 북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12일부터 전시 중인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거목 윤석중(尹石重), 이원수(李元壽)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이 꿈을 다시 꿀 기회를 열어주었다. 12일 오후에 조촐하게 치러진 개막식 행사는 또 얼마나 가슴을 흐뭇하게 했던가. 맑고 고운 자그마한 샛강이 졸졸졸 가슴에 흘러들어와 기쁨의 큰 강물로 넘나들게 했다.
지금껏 힘깨나 쓰는 유명 인사들이 판치던 의례적인 개막식 행사를 지양했다. 테이프 커팅은 아주 이색적이었다. 오색한지로 만들어진 테이프를 참석자 모두가 손으로 잡고 원(圓)을 그리며 둘러서서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가위 대신 손으로 찢으면서 끝냈다. 축가도 남자 성악가와 참석자들이 함께 불러 더욱 정겹고 좋았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불려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운 메아리를 타고 전시장에 퍼졌다. 윤석중의 '기러기'가 뒤를 이었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두 사람보다 네 살 연장자로 속정을 주고 받은 깊은 교유(交遊)를 했던 울산 출신의 천재 시인 서덕출(徐德出) 선생의 '봄편지'도 불리었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참석자들의 얼굴에 따사로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세 사람은 울산과 서울, 창원이라는 지리적인 공간을 뛰어넘어 늘 봄날을 그리워 했다. 조국에 희망의 새 불씨를 심어주려 서덕출이 '봄편지'를 썼고, 이원수가 '고향의 봄', 윤석중이 '봄'을 지었다.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날이면 희망 또한 솟구치지만, 그러나 세상은 온통 잿빛 투성이였다. 일제의 쇠사슬에 얽매여 있는 탓이었다. 조선의 봄은 정녕 오지 않을 것인가. 조국 미래의 등불 어린이들에게 새 봄날의 희망을 심어주느라 애썼다.
'고향의 봄을 그리는 소년'이란 표제가 붙은 윤석중, 이원수 문학그림전은 두 사람이 쓴 동시와 동요 스무여덟 점이 고운 그림으로 태어나 전시되고 있다. 김덕기와 정일, 황주리 등 10명의 화가들은 유화로, 미디어아트로, 나무를 소재로 하여 동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활자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문학작품이 그림이라는 장르를 통해서도 만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의 해설은 문학그림에 쉽게 다가서게 했다. 김덕기가 윤석중의 '흐르는 시내'와 '어린이날 노래', 이원수의 '고향의 봄'과 '달'을 그린 문학그림에 대해 "화사한 색감과 유쾌하고 행복한 장면이 돋보인다. <흐르는 시내>를 여름방학으로 해석한 장면은 아이들과 강아지, 새들이 한데 어우러진 특유의 발랄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날 노래>를 약속, <고향의 봄>을 지붕 너머의 풍경들, <달>을 여름밤 등으로 해석한 것은 화가가 유년시절에 느꼈던 정감어린 정서가 그대로 배어난다"고 했다.
이번 문학그림전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대산문화재단, 고향의봄기념사업회와 함께 국민들에게 널리 불려지고 있는 윤석중, 이원수의 동시를 그림으로 제작ㆍ전시함으로써 그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것. 지난 8월에 시작돼 전국 순회전시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11월 7일부터 15일까지는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된다.
울산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문학그림전은 갖가지 추억과 꿈을 키우던 설레임까지 담고 있다. 어른에게는 잠시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 벅찬 시간이 될 것이고,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그래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전시장을 찾아 문학그림의 따사로움을 가슴 가득 채웠으면 한다.
울산신문(http://www.ulsanpress.net) 김종경 대기자 kimj@ulsanpress.net
2011년 10월 16일 (일) 20:18:26
'동화(童話) 속을 거닐게 했다. 가까이 살살 간지럼을 먹이며 따사롭고 화사하고 꿈꾸게 하는 듯한 새 봄날의 햇살이 살금살금 내비치고 있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결에 새 잎을 여는 초목이 한가득이다. 외줄기 들판길을 끝없이 걷게 한다. 가슴에 절로 훈풍이 스며든다. 온몸에 전율이 파도쳤다.' 화가들이 동시(童詩)를 해석한 뒤,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그림을 만들었다. '문학그림'이라는 들판이 펼쳐졌다.
울산 북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지난 12일부터 전시 중인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의 거목 윤석중(尹石重), 이원수(李元壽) 선생의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이 꿈을 다시 꿀 기회를 열어주었다. 12일 오후에 조촐하게 치러진 개막식 행사는 또 얼마나 가슴을 흐뭇하게 했던가. 맑고 고운 자그마한 샛강이 졸졸졸 가슴에 흘러들어와 기쁨의 큰 강물로 넘나들게 했다.
지금껏 힘깨나 쓰는 유명 인사들이 판치던 의례적인 개막식 행사를 지양했다. 테이프 커팅은 아주 이색적이었다. 오색한지로 만들어진 테이프를 참석자 모두가 손으로 잡고 원(圓)을 그리며 둘러서서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가위 대신 손으로 찢으면서 끝냈다. 축가도 남자 성악가와 참석자들이 함께 불러 더욱 정겹고 좋았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불려졌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운 메아리를 타고 전시장에 퍼졌다. 윤석중의 '기러기'가 뒤를 이었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두 사람보다 네 살 연장자로 속정을 주고 받은 깊은 교유(交遊)를 했던 울산 출신의 천재 시인 서덕출(徐德出) 선생의 '봄편지'도 불리었다.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참석자들의 얼굴에 따사로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세 사람은 울산과 서울, 창원이라는 지리적인 공간을 뛰어넘어 늘 봄날을 그리워 했다. 조국에 희망의 새 불씨를 심어주려 서덕출이 '봄편지'를 썼고, 이원수가 '고향의 봄', 윤석중이 '봄'을 지었다. 파릇파릇 새싹 돋는 봄날이면 희망 또한 솟구치지만, 그러나 세상은 온통 잿빛 투성이였다. 일제의 쇠사슬에 얽매여 있는 탓이었다. 조선의 봄은 정녕 오지 않을 것인가. 조국 미래의 등불 어린이들에게 새 봄날의 희망을 심어주느라 애썼다.
'고향의 봄을 그리는 소년'이란 표제가 붙은 윤석중, 이원수 문학그림전은 두 사람이 쓴 동시와 동요 스무여덟 점이 고운 그림으로 태어나 전시되고 있다. 김덕기와 정일, 황주리 등 10명의 화가들은 유화로, 미디어아트로, 나무를 소재로 하여 동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활자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문학작품이 그림이라는 장르를 통해서도 만난다는 것이 이채로웠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의 해설은 문학그림에 쉽게 다가서게 했다. 김덕기가 윤석중의 '흐르는 시내'와 '어린이날 노래', 이원수의 '고향의 봄'과 '달'을 그린 문학그림에 대해 "화사한 색감과 유쾌하고 행복한 장면이 돋보인다. <흐르는 시내>를 여름방학으로 해석한 장면은 아이들과 강아지, 새들이 한데 어우러진 특유의 발랄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어린이날 노래>를 약속, <고향의 봄>을 지붕 너머의 풍경들, <달>을 여름밤 등으로 해석한 것은 화가가 유년시절에 느꼈던 정감어린 정서가 그대로 배어난다"고 했다.
이번 문학그림전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대산문화재단, 고향의봄기념사업회와 함께 국민들에게 널리 불려지고 있는 윤석중, 이원수의 동시를 그림으로 제작ㆍ전시함으로써 그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것. 지난 8월에 시작돼 전국 순회전시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11월 7일부터 15일까지는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된다.
울산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문학그림전은 갖가지 추억과 꿈을 키우던 설레임까지 담고 있다. 어른에게는 잠시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슴 벅찬 시간이 될 것이고,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그래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손을 잡고 전시장을 찾아 문학그림의 따사로움을 가슴 가득 채웠으면 한다.
울산신문(http://www.ulsanpress.net) 김종경 대기자 kimj@ulsanpres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