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문학의 고전…가슴 찡한 전쟁고아 이야기 (2012.11.09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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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261회 작성일 15-04-16 11:31본문
어린이 문학의 고전…가슴 찡한 전쟁고아 이야기
등록 : 2012.11.09 19:55
<산의 합창>이원수 글, 이상규 그림/현북스·1만1000원
<산의 합창>
이원수 글, 이상규 그림/현북스·1만1000원
한국 어린이 문학을 논할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를 꼽자면 이원수 선생(1911~1981)을 맨 앞줄에 놓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선생의 작품을 읽어본 어린이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 등 동시들은 여전히 읽히지만 동화의 경우 많은 책들이 절판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현북스가 ‘햇살 어린이-동화’ 시리즈의 첫 권으로 이원수 선생의 동화 <산의 합창>을 펴낸 것은 반갑다. 80년대 웅진출판에서 ‘이원수 아동문학전집’을 기획하고 편집했던 하종오 시인은 이원수 선생의 작품이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꼭 소개하고 싶은 동화들을 다시 펴내게 됐다고 소개했다. 현북스는 이원수 선생의 중·단편 동화를 잇따라 출간할 계획이다.
<산의 합창>은 1958~59년 어린이 잡지 <새싹>에 연재됐던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도 그 언저리다. 6·25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누나와도 헤어지게 된 정현이가 누나를 찾기 위해 고아원을 나갔다가 온갖 세파를 겪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고아원에 앉아서 누나를 기다리기보다는 돌아다니며 찾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정현이는 무작정 고아원을 나와 서울 길거리를 헤맨다. 소매치기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서로 끌려간 정현이는 그곳에서 동향 어른 김 경사를 만나고 그의 주선으로 식당 문 앞에서 인사하며 문을 여닫아 주는 일을 시작한다.
정현이는 식당으로 오는 누나 또래의 젊은 여성들만 보면 혹시 누나가 아닐까 두근거리며 얼굴을 살피지만 항상 실망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꿈속에서 누나를 만나 신문을 팔러 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면 누나를 찾기가 더 쉽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고 또다시 식당을 나가 무작정 신문팔이에 나선다. 처음 하는 신문팔이가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요령을 붙여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그사이 정현이의 누나라는 사람이 식당에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간다.
이원수 선생이 가감없이 그린 50년대 후반의 현실은 궁상맞기 그지없다. 부모 없는 아이의 삶이야 지금이라고 좋겠느냐마는 식당 뒷방과 판잣집을 전전하는 정현이의 처지는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자기 욕심만 챙기는 나쁜 어른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이원수 선생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고,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위로해주는 듯하다. 문체도 예스럽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지금 보면 좀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언제 읽어도 울림이 있는, 어린이 동화의 고전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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