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목소리로, 현실 노래한 문학가 2018.05.30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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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138회 작성일 18-05-31 14:57본문
어린이 목소리로, 현실 노래한 문학가
문학의 향기 (8) 이원수 문학관
'고향의 봄'으로 등단한 국민 시인
'오빠 생각' 쓴 최순애와 결혼은 순애보
1·4 후퇴, 피난길에 두 자녀 잃는 아픔
만년에 쓴 '물오리'에선 잔잔한 감동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남산공원에 자리 잡은 '고향의 봄 도서관'. 1층 로비로 들어가면 아동 문학가 이원수 문학관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남북한 주민 모두가 즐겨 부른다는 국민동요를 작시한 아동문학가 이원수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이원수가쓴 동시, '찔레꽃'이 적혀 있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남 모르게 가만히 먹어 봤다오"
(일제강점기였던) 어린 시절, 여자의 손으로 돌을 깨던 누나와 또래 여자들을 생각하며 쓴 '시'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서민 아동의 감성을 빌려서 어려웠던 사회 현실을 그려냈던 '근대 어린이 문학과 문화운동의 선구자'.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이원수의 연보가 적혀 있다.
열여섯 살에 발표한 대표작 '고향의 봄'에 작곡가 홍난파가 곡을 붙이면서 아동문학의 대표주자로 사랑받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청년기인 스물네 살 때 '반일 그룹 독서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1년간 옥고를 치른 사연도 적혀 있다. 덧붙여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 조선총독부의 강권에 못 이겨 친일성향의 시를 썼던 사실도 숨기지 않고 소개된ㄷ다. 한 사람의 삶을 객관적으로 알려준다는 취지일까.
그렇게 어렵던 시절을 보냈던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 작가 최선애와 결혼하게 된 사연도 한 편의 드라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국 뻐국 뻐국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불과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동시 '오빠 생각’을 발표하면서 일약 문단의 스타로 등장했던 최선애의 작품에 매료된 이원수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이후 7년간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약속 당일 이원수는 수원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일문학독서회'에 가입한 이원수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후 최선애는 처녀의 몸으로 옥바라지에 나서게 된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결혼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 놓인 길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8·15 광복 후 5년 만에 터진 6·25 전쟁 때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 남았던 이원수가 인민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곤욕을 치른다. 이후 1·4후퇴 때는 미리 나선 피난길에서 두 자녀를 잃는 슬픔을 겪은 사연도 적혀있다.
"나무야 옷 벗은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겨울 나날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동시 겨울나무도 그때 그 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어린이의 목소리를 빌려서 노래한 것이 아닐까.
이처럼 맑고 순수한 감성을 담은 동시를 주로 발표했지만, 그 속에 어려웠던 사회 현실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아동문학가 이원수. 1950년대 거창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동화 '민들레의 노래', 1960년대 4·19 혁명을 묘사한 동화 '마산 소녀 이야기', 1970년대 전태일 사건을 소개한 동화 '불새의 춤' 등을 발표한 배경도 이 같은 작가의 세계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보 옆에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손목시계와 만년필, 뿔테안경….
그중에서 작가가 남긴 마지막 육필 원고, ‘물오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삶을 마무리하는 무렵에 들려주는 노랫말이기에 더욱 감동적인지 모르겠다.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 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젠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김해뉴스 /창원=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평산로135번길 32 고향의 봄 도서관.
김해대로(1.4㎞)를 타고 가다 남해고속도로(24.8㎞)로 갈아탄 후 의창대로(7.9㎞)를 이용하면 도착한다.
*관람 안내
매주 화요일~금요일(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과 일요일(오전 9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은 휴관.
문학의 향기 (8) 이원수 문학관
'고향의 봄'으로 등단한 국민 시인
'오빠 생각' 쓴 최순애와 결혼은 순애보
1·4 후퇴, 피난길에 두 자녀 잃는 아픔
만년에 쓴 '물오리'에선 잔잔한 감동
경남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남산공원에 자리 잡은 '고향의 봄 도서관'. 1층 로비로 들어가면 아동 문학가 이원수 문학관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남북한 주민 모두가 즐겨 부른다는 국민동요를 작시한 아동문학가 이원수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이원수가쓴 동시, '찔레꽃'이 적혀 있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 누나 일 가는 광산길에 피었다오// 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 남 모르게 가만히 먹어 봤다오"
(일제강점기였던) 어린 시절, 여자의 손으로 돌을 깨던 누나와 또래 여자들을 생각하며 쓴 '시'라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서민 아동의 감성을 빌려서 어려웠던 사회 현실을 그려냈던 '근대 어린이 문학과 문화운동의 선구자'.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이원수의 연보가 적혀 있다.
열여섯 살에 발표한 대표작 '고향의 봄'에 작곡가 홍난파가 곡을 붙이면서 아동문학의 대표주자로 사랑받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청년기인 스물네 살 때 '반일 그룹 독서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1년간 옥고를 치른 사연도 적혀 있다. 덧붙여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 조선총독부의 강권에 못 이겨 친일성향의 시를 썼던 사실도 숨기지 않고 소개된ㄷ다. 한 사람의 삶을 객관적으로 알려준다는 취지일까.
그렇게 어렵던 시절을 보냈던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같은 길을 걸었던 동료 작가 최선애와 결혼하게 된 사연도 한 편의 드라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국 뻐국 뻐국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불과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동시 '오빠 생각’을 발표하면서 일약 문단의 스타로 등장했던 최선애의 작품에 매료된 이원수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이후 7년간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수원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약속 당일 이원수는 수원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반일문학독서회'에 가입한 이원수가 일본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후 최선애는 처녀의 몸으로 옥바라지에 나서게 된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결혼이지만 두 사람의 앞에 놓인 길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8·15 광복 후 5년 만에 터진 6·25 전쟁 때 피난을 떠나지 못하고 서울에 남았던 이원수가 인민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곤욕을 치른다. 이후 1·4후퇴 때는 미리 나선 피난길에서 두 자녀를 잃는 슬픔을 겪은 사연도 적혀있다.
"나무야 옷 벗은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겨울 나날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동시 겨울나무도 그때 그 시절에 겪었던 아픔을 어린이의 목소리를 빌려서 노래한 것이 아닐까.
이처럼 맑고 순수한 감성을 담은 동시를 주로 발표했지만, 그 속에 어려웠던 사회 현실을 담으려고 노력했던 아동문학가 이원수. 1950년대 거창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동화 '민들레의 노래', 1960년대 4·19 혁명을 묘사한 동화 '마산 소녀 이야기', 1970년대 전태일 사건을 소개한 동화 '불새의 춤' 등을 발표한 배경도 이 같은 작가의 세계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보 옆에는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손목시계와 만년필, 뿔테안경….
그중에서 작가가 남긴 마지막 육필 원고, ‘물오리’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삶을 마무리하는 무렵에 들려주는 노랫말이기에 더욱 감동적인지 모르겠다.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 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젠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김해뉴스 /창원=정순형 선임기자 junsh@gimhaenews.co.kr
*찾아가는 길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평산로135번길 32 고향의 봄 도서관.
김해대로(1.4㎞)를 타고 가다 남해고속도로(24.8㎞)로 갈아탄 후 의창대로(7.9㎞)를 이용하면 도착한다.
*관람 안내
매주 화요일~금요일(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과 일요일(오전 9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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