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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이원수를 위한 변명 (한국일보 201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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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072회 작성일 15-04-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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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선생은 1942~43년 사이 금융조합 본사 사보인 반도의빛에 동시 등 5편을 발표했다. 반일 독서회 사건으로 선생은 옥고 뒤에 전 직장인 함안금융조합 가야지소에 어렵게 복직했다. 마산교도소를 나와 '오빠생각'을 쓴 최순애씨와 결혼을 하고 아들 둘과 딸 하나, 자식 셋을 낳았다.

그런 이원수 선생에게 금융사보에서 글을 발표할 것을 요구할 때 분명 어떤 협박도 뒤따랐을 것이다. 그 시기, 일본이 광분하던 최악의 시절이었다. 부인과 어린 자식 셋을 둔 아버지인 선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삶이 넉넉했다면 선생도 절필을 하고 함안을 미련 없이 떠났을 것이다.

마산공립상업학교(마산상고의 전신) 학력이 전부인 것을 말하듯 선생은 다른 친일작가와는 다르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약해 누나가 마산의 권번에서 일하며 소년 이원수의 학비를 댔다. 선생은 직장을 잃었을 경우 찾아올 공포에 몸을 떨었을 것이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 붓을 들었을 것이다.

이원수는 친일작가가 아니라 친일시를 쓴 동시인이다. 일본의 권세를 입고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과 살기 위해서. 나는 선생을 친일로 모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런 경우 당신은 어떻게 했겠는가? 일제 36년이 한 짓 중에 가장 나쁜 것은 친일문인을 만든 것이다. 친일 운운 하는 이 시대가 아직 일본의 식민지인 것 같아 안타깝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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