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고향의 봄』그림 김동성(2013년,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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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중앙아시아에 뿌려진 '고향의 봄' 한소절 / 경남도보 580호 / 윤은주(수필가)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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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112회 작성일 15-04-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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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4일부터 2월 4일까지 10박 12일의 긴 여정동안 중앙아시아의 키르키즈스탄과 카자흐스탄에 한국어와 문학봉사단의 일원으로 다녀왔다.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정대 교수를 단장으로 정일근 시인, 고향의 봄 기념회 장진화 국장과 학생들이 함께 한 이번 봉사단의 여정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국 열풍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향을 떠난 고려인들의 삶과 애환을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은 우리 역사 속에서 힘이 약한 나라의 국민으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고려인들이 살아가는 곳이어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키르키즈스탄에는 지금 바야흐로 한국 열풍이 불고 있었다. 한국 드라마 '겨울 연가'에 반하여 15시간 버스를 타고 수도로 와서 한국어학과에 다니는 한 여학생의 꿈은 '한국에 가보는 것'이라 했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강의는 배우고자하는 열의와 한국에 대한 동경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설날을 소재로 한 이억배의 그림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들기' 와 김유정 소설 '봄봄'그리고 정지용의 시 '얼굴'등으로 진행된 수업은 학생들의 웃음과 공감 속에 유쾌하게 끝났다.

 김정대 교수의 '한국어의 정체성', 정일근 교수의 '시인이 되는 아홉 가지의 비망록'강의는 그곳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수준 높은 강의로 많은 한국어 교사들과 교민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고향의 봄'행사는 웃음으로 시작해 숙연한 눈물로 끝을 맺었다. 동원 이원수 선생의 시와 노래, 그리고 동화 등으로 꾸며진 행사의 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둥글게 손을 작고 서서 부른 '고향의 봄'은 이 세상 어떤 노래보다 장엄하고 감동적이었다. 키르키즈스탄의 행사에 참석했던 이스베틀라나 할머니는 시 한편을 읽다가 격정에 목이 매어 '왜 이제야 왔느냐?'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하셨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한국 교육원 행사장에서는 뜻밖에 광주 출신의 망명 음악가 정추 선생을 만났다.

 역사의 격동기에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형을 따라 월북했던 선생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모스크바 음악대학에 진학했으나 김일성에 반대하여 추방당해 오늘날까지 망명객으로 살고 있다. 건네주신 명함에 '조선민주 통일 구국 전선 의장'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다.

 구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의 일정에 함께 해주신 정추 선생은 만날 때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조국과 민족, 통일을 염려하여 오히려 우리를 숙연케 만드셨다. 혹자는 '남에서도 북에서도 버린 천재음악가'라 정추 선생을 칭했지만 내가 만난 정추 선생은 그저 고향을 그리워하며 밤낮 자식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은 부모처럼 자나깨나 조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푸근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셨다. 나의 손을 꼭 잡고 눈물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시는 정 선생의 모습에서 우리들은 더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먼 곳에서 고향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에게 선물하겠노라 다짐하였다.

 2011년 이병주 문학상 수상자인 최석 시인의 집에 초대되어 맛있는 김치찌개로 만찬을 즐긴 후 봉사단의 공식 행사는 끝이 났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다는 혹한도, 끝없이 내려 쌓이던 눈도 '고향의 봄'을 중앙아시아에 옮겨 놓으려는 우리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이제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멀고 먼 동토가 아니었다. 거리 곳곳에 눈에 띄는 한국 연예인들의 포스터와 인기 있는 한국 마켓, 한국에 와보는 것을 최고의 꿈으로 삼고 한국어로 꿈을 만드는 이들이 있는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 땅에 뿌린 노래 한 자락, 글 한 편이 봄의 나무처럼 싹을 틔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도록 우리 모두 더욱 힘써 가꾸어야 할 미래의 우리 고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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