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과 고향의 봄 (경기일보 2008.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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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271회 작성일 15-04-16 10:57본문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때) /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귓들 귓들(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최순애(崔順愛·1914~1998) 선생이 작사하고 박태준(朴泰俊·1900~1986) 선생이 작곡한 그 유명한 동요 ‘오빠 생각’입니다. 이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이 동요는 1925년 11월 경기도 수원(水原)에 살고 있는 12세의 소녀 최순애가 방정환 선생이 내던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 투고, 동시란에 입선으로 발표된 작품입니다.
어린이 운동에 헌신하던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1900~1932) 선생은. 1925년 3월 ‘어린이’를 창간하여 우리말로 쓴 창작 동요, 동시, 동화들을 많이 발표토록 했습니다. ‘고향의 봄’ ‘반달’ ‘산토끼’ ‘퐁당퐁당’ ‘오빠 생각’ ‘따오기’ ‘고드름’ 등이 그 ‘어린이’에서 탄생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1926년 4월 ‘어린이’에 발표된 경남 마산(馬山)의 16세 소년 이원수(李元壽·1911~1981)의 동시 ‘고향의 봄’ 입니다. 이 동시는 ‘어린이’가 실시한 현상공모에 당선작품으로 뽑혔습니다. 같은 잡지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한 인연으로 최순애와 이원수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문학과 우정을 나누다가 사랑을 하게 됐습니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이원수는 마산공립보통학교를 나와 마산상업고등학교를 마치고 함안금융조합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최순애와 이원수는 편지를 주고 받은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날 약속을 하였습니다. 배화여고를 나와 작품활동을 하던 최순애를 찾아 이원수가 수원에 왔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원수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독서회’라는 단체를 통해 불온한 사상을 퍼트렸다는 게 죄목이었습니다. 그래서 1년여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눈앞에서 연인이 체포돼가는 모습을 지켜본 최순애는 틈만 나면 이원수를 면회하였고 마침내 1936년 6월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원수 선생은 광복 후 서울에 와 교사생활을 하며 한국아동문학의 거목이 됐고, 최순애 선생은 남편 뒷바라지에 더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림자’ ‘우산모자’ 등 명작이 들어있는 동시집을 발간하려고 준비했으나 6·25 전쟁으로 원고가 모두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빠 생각’만으로도 불변의 위치에 섰습니다. 오빠 생각’과 홍난파(洪蘭坡·1898~1941) 선생이 작곡한 ‘고향의 봄’은 이렇게 순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일제 시절의 소년·소녀가 쓴 동시가 오늘날에도 애창되는 연유는 노랫말이 애틋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오빠 생각’ 속의 ‘오빠’는 ‘기다림’ 입니다. 비단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오빠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뜸북새가 논에서 울고, 뻐꾹새가 숲에서 울고 가을이 되어 기러기가 북쪽에서 날아오고 귀뚜라미가 밤새 우는데도 소식도 없는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의 간절한 기다림입니다. 하지만 누이의 기다림은 이루어졌습니다. 사랑을 만나고 광복이 되었습니다.
‘고향의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얼마나 정겹습니까. ‘고향의 봄’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오빠 생각’이 기다림이라면 ‘고향의 봄’은 그리움입니다. 고향을 잃으면 삶이 허전해집니다. 고향을 잃으면 행복이 아스라한 꿈으로 멀어집니다.
고향은 결속과 믿음과 나눔으로 충만한 보금자리입니다. 보리밥과 열무김치, 무짠지가 꿀맛이었고.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고 찔레순을 꺾어먹던 가난 마저도 풍요롭게 윤색되는 곳이 고향입니다. 들판이 파랗게 펼쳐진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냇가의 수양버들이 춤추는 고향이 삼삼하게 떠오릅니다.
바야흐로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처럼 산천초목에 ‘기다림과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한 자리에서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을 노래하면 어떨까요. 새들도 아마 따라서 합창하겠습니다. 마침 기다리던 봄비가 오셨습니다.
2008년 05월 19일 (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때) /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귓들 귓들(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최순애(崔順愛·1914~1998) 선생이 작사하고 박태준(朴泰俊·1900~1986) 선생이 작곡한 그 유명한 동요 ‘오빠 생각’입니다. 이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이 동요는 1925년 11월 경기도 수원(水原)에 살고 있는 12세의 소녀 최순애가 방정환 선생이 내던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 투고, 동시란에 입선으로 발표된 작품입니다.
어린이 운동에 헌신하던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1900~1932) 선생은. 1925년 3월 ‘어린이’를 창간하여 우리말로 쓴 창작 동요, 동시, 동화들을 많이 발표토록 했습니다. ‘고향의 봄’ ‘반달’ ‘산토끼’ ‘퐁당퐁당’ ‘오빠 생각’ ‘따오기’ ‘고드름’ 등이 그 ‘어린이’에서 탄생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1926년 4월 ‘어린이’에 발표된 경남 마산(馬山)의 16세 소년 이원수(李元壽·1911~1981)의 동시 ‘고향의 봄’ 입니다. 이 동시는 ‘어린이’가 실시한 현상공모에 당선작품으로 뽑혔습니다. 같은 잡지 ‘어린이’에 동시를 발표한 인연으로 최순애와 이원수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문학과 우정을 나누다가 사랑을 하게 됐습니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이원수는 마산공립보통학교를 나와 마산상업고등학교를 마치고 함안금융조합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최순애와 이원수는 편지를 주고 받은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만날 약속을 하였습니다. 배화여고를 나와 작품활동을 하던 최순애를 찾아 이원수가 수원에 왔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원수가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독서회’라는 단체를 통해 불온한 사상을 퍼트렸다는 게 죄목이었습니다. 그래서 1년여간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눈앞에서 연인이 체포돼가는 모습을 지켜본 최순애는 틈만 나면 이원수를 면회하였고 마침내 1936년 6월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원수 선생은 광복 후 서울에 와 교사생활을 하며 한국아동문학의 거목이 됐고, 최순애 선생은 남편 뒷바라지에 더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림자’ ‘우산모자’ 등 명작이 들어있는 동시집을 발간하려고 준비했으나 6·25 전쟁으로 원고가 모두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빠 생각’만으로도 불변의 위치에 섰습니다. 오빠 생각’과 홍난파(洪蘭坡·1898~1941) 선생이 작곡한 ‘고향의 봄’은 이렇게 순정이 깃들어 있습니다.
일제 시절의 소년·소녀가 쓴 동시가 오늘날에도 애창되는 연유는 노랫말이 애틋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오빠 생각’ 속의 ‘오빠’는 ‘기다림’ 입니다. 비단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오빠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뜸북새가 논에서 울고, 뻐꾹새가 숲에서 울고 가을이 되어 기러기가 북쪽에서 날아오고 귀뚜라미가 밤새 우는데도 소식도 없는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의 간절한 기다림입니다. 하지만 누이의 기다림은 이루어졌습니다. 사랑을 만나고 광복이 되었습니다.
‘고향의 봄’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얼마나 정겹습니까. ‘고향의 봄’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오빠 생각’이 기다림이라면 ‘고향의 봄’은 그리움입니다. 고향을 잃으면 삶이 허전해집니다. 고향을 잃으면 행복이 아스라한 꿈으로 멀어집니다.
고향은 결속과 믿음과 나눔으로 충만한 보금자리입니다. 보리밥과 열무김치, 무짠지가 꿀맛이었고. 아카시아 꽃잎을 따먹고 찔레순을 꺾어먹던 가난 마저도 풍요롭게 윤색되는 곳이 고향입니다. 들판이 파랗게 펼쳐진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냇가의 수양버들이 춤추는 고향이 삼삼하게 떠오릅니다.
바야흐로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처럼 산천초목에 ‘기다림과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한 자리에서 ‘오빠 생각’과 ‘고향의 봄’을 노래하면 어떨까요. 새들도 아마 따라서 합창하겠습니다. 마침 기다리던 봄비가 오셨습니다.
2008년 05월 19일 (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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