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750m 유목국가 적신 '문학한류' - 국제신문, 2012년 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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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원수문학관 댓글 0건 조회 2,199회 작성일 15-04-16 11:20본문
'한국문학으로 세계 봉사를 떠나자'.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찾아가는 10박12일 겨울 여정(1월 24일~2월 4일)의 짐을 꾸렸다. 대학의 '한마 글로벌 리더스 어드벤처 프로그램' 문학장학금 지원을 받아 대학생 8명과 2명의 교수가 함께 떠났다.
중앙아시아 내륙에 자리한 키르기스로 가는 길을 멀었다. 인천공항에서 카자흐 알마티공항을 경유해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의 마나스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2시간이 걸렸다. 도착하니 현지시간 새벽 3시, 잠시 눈을 붙이고 깨어나자 하늘과 땅이 신비로운 설국이었다. 고개를 들면 어디든 하늘의 산, 톈산(天山)산맥이 흘러가고 있었다.
키르기스는 산악 국가로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부른다. 수도 비슈케크 해발이 800m, 평균 해발이 백두산 높이인 2750m다. 유목 국가였던 이 나라에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의 주요 대학마다 한국어학과나 교양강의가 있다. 우리 일행은 국립인 아라바예바대학과 사립인 슬라비안스키대학에서 각각 이틀씩 한국문학 수업을 했다.
현지 학생들은 기존 회화 중심의 한국어 강의와는 달리 한국시를 텍스트로 읽고, 노래하며 한국어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을 흥미로워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외국어인 한국어가 아닌, 한글이 가진 예술의 향기를 전해주는 깊은 울림에 감동했다.
키르기스인도 시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그들은 옛 영웅 '마나스' 장군을 기리는 대서사시를 갖고 있다. 이 서사시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10시간 넘게 구술될 정도이니 한국시에 대한 그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비슈케크 한국어교육원에서 그곳 한국어 교사들을 위해 한국어와 문학 교육을 위한 특강을 가졌다. 우리 학생들은 고려인과 교민을 위해 '고향의 봄 문학의 밤' 행사를 가졌다. 지난 2년간 대학의 청년작가아카데미에서 창작수업을 받아온 학생들이었다. 고려인과 교민들을 모시고 시를 읽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행사의 마지막, 다함께 손을 잡고 '고향의 봄'을 부르며 키르기스에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그곳 대학생의 현지 가정을 찾아가는 홈스테이도 인상적이었다. 손님을 '신의 선물'로 알고 극진히 대접하는 키르기스 문화를 배우고 한국어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으며 밤을 새웠다.
카자흐로 떠나기 전에 키르기스의 멋과 맛을 즐기는 잠시의 여유가 있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충청도 넓이의 산정호수와 겨우내 지지 않는 톈산의 눈꽃을 만나고 고려인 시장을 찾아가 신선한 치즈와 꿀, 호두 등 싼값에 푸짐한 견과류를 즐겼다.
카자흐 알마티로 가는 길은 국경 검문소를 지나는 육로를 택했다. 그곳에는 1932년 첫 공연을 가진 올해 80년 역사의 고려극장이 있었다. 고려인들의 눈물이 새겨진 고려극장 자체가 원동에서 이곳까지 강제 이주한 수많은 고려인들의 또 다른 역사였다. 방문한 날 마침 다음 날 공연을 위한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었다.
문학봉사 일정 내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과 수시로 퍼붓는 눈은 겨울 나그네들에겐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찾아가는 10박12일 겨울 여정(1월 24일~2월 4일)의 짐을 꾸렸다. 대학의 '한마 글로벌 리더스 어드벤처 프로그램' 문학장학금 지원을 받아 대학생 8명과 2명의 교수가 함께 떠났다.
중앙아시아 내륙에 자리한 키르기스로 가는 길을 멀었다. 인천공항에서 카자흐 알마티공항을 경유해 키르기스 수도 비슈케크의 마나스공항에 도착하기까지 12시간이 걸렸다. 도착하니 현지시간 새벽 3시, 잠시 눈을 붙이고 깨어나자 하늘과 땅이 신비로운 설국이었다. 고개를 들면 어디든 하늘의 산, 톈산(天山)산맥이 흘러가고 있었다.
키르기스는 산악 국가로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부른다. 수도 비슈케크 해발이 800m, 평균 해발이 백두산 높이인 2750m다. 유목 국가였던 이 나라에 '한국어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의 주요 대학마다 한국어학과나 교양강의가 있다. 우리 일행은 국립인 아라바예바대학과 사립인 슬라비안스키대학에서 각각 이틀씩 한국문학 수업을 했다.
현지 학생들은 기존 회화 중심의 한국어 강의와는 달리 한국시를 텍스트로 읽고, 노래하며 한국어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을 흥미로워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외국어인 한국어가 아닌, 한글이 가진 예술의 향기를 전해주는 깊은 울림에 감동했다.
키르기스인도 시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그들은 옛 영웅 '마나스' 장군을 기리는 대서사시를 갖고 있다. 이 서사시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10시간 넘게 구술될 정도이니 한국시에 대한 그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비슈케크 한국어교육원에서 그곳 한국어 교사들을 위해 한국어와 문학 교육을 위한 특강을 가졌다. 우리 학생들은 고려인과 교민을 위해 '고향의 봄 문학의 밤' 행사를 가졌다. 지난 2년간 대학의 청년작가아카데미에서 창작수업을 받아온 학생들이었다. 고려인과 교민들을 모시고 시를 읽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행사의 마지막, 다함께 손을 잡고 '고향의 봄'을 부르며 키르기스에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그곳 대학생의 현지 가정을 찾아가는 홈스테이도 인상적이었다. 손님을 '신의 선물'로 알고 극진히 대접하는 키르기스 문화를 배우고 한국어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으며 밤을 새웠다.
카자흐로 떠나기 전에 키르기스의 멋과 맛을 즐기는 잠시의 여유가 있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충청도 넓이의 산정호수와 겨우내 지지 않는 톈산의 눈꽃을 만나고 고려인 시장을 찾아가 신선한 치즈와 꿀, 호두 등 싼값에 푸짐한 견과류를 즐겼다.
카자흐 알마티로 가는 길은 국경 검문소를 지나는 육로를 택했다. 그곳에는 1932년 첫 공연을 가진 올해 80년 역사의 고려극장이 있었다. 고려인들의 눈물이 새겨진 고려극장 자체가 원동에서 이곳까지 강제 이주한 수많은 고려인들의 또 다른 역사였다. 방문한 날 마침 다음 날 공연을 위한 최종 리허설이 열리고 있었다.
문학봉사 일정 내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과 수시로 퍼붓는 눈은 겨울 나그네들에겐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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